여행.




하.

차단됐다...


오즈에서 여기까지 57번 도로만

몇 시간째 달리고있었는데...


돌아가래 ㅋ


여긴 아소산 진입 직전 57번 도로.



알고보니 아소산 진입 도로들은

수시로 차단 당한단다.


화산재가 많이 날려도 차단되는 날도 있고.

이건 케이스는 구마모토 지진의 폐해로 차단됐고...


아무튼 돌아가야 된다. 

두 시간동안 오르막 20km를 달렸는데,

다시 내려가야된다.


. . . . .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유후인까지 가는 별다른 길이 없다.

57번 도로 빼고.


일단 다시 히고오즈로 내려왔다. 정신이 피폐해진 상태로 아무말도 없이 길을 내려왔다. 


문화라멘(文化ラーメン)



더 이상 가다간 쓰러질 것 같아 밥을 먹었다.



이때는 나와 친구 둘 다 지칠 때로 지쳐 아무말도 없이 먹었던걸로 기억한다 ㅋㅋ


메뉴는 무난해보이는 문화라멘으로.

구마모토식 라이트한 돈코츠 라멘이다.

꽤 먹을만했다.


괜찮은 집이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사진도 못 찍고, 여러 가지 메뉴도 시키지 못 했다 ㅠㅠ



(구글지도 사진...)

꽤 널직한 식당 안. 뭔가 편안한 인테리어다.



반면에 밖의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간판이 없어.

저기 파란 곳이 입구다.

 


입구에 가까이 가야지 여기가 라멘집인걸 알 수 있다.

여기 찾는데 무지 애먹었다.


느낌있는 집이다.


점심을 라멘으로 해결하고 나니 벌써 3시. 사실상 유후인까지 가는건 무산된 것이다.


그래도 여기 주방장님께 히고오즈 기차역에서 유후인까지 갈 수 있는지, 자전거는 탑승할 수 있는지 가능 여부를 물어봤다.


... 잘 모르신단다. 아, 아리가또.



여기는 히고오즈 기차역.

여기서 유후인행 기차를 찾아봤지만 없더라 ㅠㅠ

자전거 태울 때도 뭔가 복잡하다고 그러고.


. . . . .


유후인 쫌 가보자...


오늘은 안 되더라도 내일이 있고, 모레도 있다.

조금이라도 더 유후인 쪽으로 가야지.


. . . . .


이렇게 해서 일정을 새로 짰다.



지도에서 파란색이 57번 도로이고, 달리다가 빠꾸당한 곳이다.


그리고 찾아보니 57번이 차단되면 가는 우회도로가 있는데 그 도로가 빨간색 도로다. 339번 도로.


가보자.


. . . . .



길이 좁네.



. . . . .


너무 좁다ㅋㅋ

더 이상은 못 타고 간다.

내려서 끌고 가야된다.


시간은 5시를 넘어가고... 6시를 넘어가고.

해가 지고있다.

아직 길 한복판인데 ㅋㅋ


두 시간이 흘렀지만 이동한 거리는 10km 남짓.

옆에 지나가는 차량 중 절반이 트럭이다.

무서워 죽겠다.



기서 멈춰섰다.


겨우 도로 옆  넓은 갓길이 보여 일단 멈췄다. 이때가 7시였고 자동차 헤드라이트 빼곤

사방이 어두웠다.


이후 한 시간 동안 별짓을 다했다.

멍때리기, 지나가는 차에 도움 요청하기, 아예 여기서 텐트를 쳐 1박을 할지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이곳에서 1박하고 다음날 더 올라가 유후인으로 가는지, 아니면 왔던 길 되돌아가

다시 일정 전부를 바꾸던지.


. . . . .


 결론은 유후인 포기.

결국 왔던 올라 왔던 길을 또 다시 내려간다.


중간에 정차할 곳이 없었으므로 내리막길을 자동차 뒤꽁무니 쫓아 엄청난 속도로 내려와야했다ㅋㅋ


자전거 여행 중 가장 살 떨렸던 순간.


 두 시간 넘게 끌고 온 거리를 30분만에 다시 돌아왔다.

오늘 참... 크리스마슨데 재수가 없다 ㅎ


히고오즈>아소산>히고오즈>339번 도로 한복판>히고오즈


원상복귀 2번 했네 ㅋ

히고오즈도 세 번째 방문.


. . . . .


그래도 도로 한복판에서 두려움에 떨다가 다시 마을로 내려오니 편안해지긴 했다.

그토록 집착했던 유후인 일정도 떨쳐내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런 의미로 저녁은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서.



여기는 すき家. 덮밥전문집이다.



위치는 히고오즈 역 근처 ㅋㅋ

점심에 먹었던 문화라멘과 가깝다.

히고오즈로 복귀할 때마다 밥먹네 ㅎ





불행한 일이 많았지만 아직 크리스마스다...!

빨간 산타 모자와 함께.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덮밥 메뉴도 다양하고 젊은이들이 좋아할 맛.


. . . . .


먹으면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의논했다.


하카타 항에서 배타는 날짜는 12월 29일, 오후 2시. 따라서 28일에는 후쿠오카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이 25일.

26일, 27일, 28일, 총 3 일의 시간 동안

후쿠오카에 가야된다.


내일부터 후쿠오카로 출발한다면

이는 하루에 45 km만 달리면되는 수준이라,

앞으로의 일정이 훨씬 널널해졌다. 


진짜 하루종일 자전거만 타고 개고생만했는데

이제 관광도 좀 하고, 유명한 식당도 갈 여유가 생긴거 같다 ㅎ


. . . . .


겸사겸사 주위의 공원들도 찾아봤는데

가까이에 아주 좋은 곳을 찾았다.


앞에는 맨션이, 뒤에는 주택이 있고 그 사이에 있는 큰 공원이다.



昭和園(쇼와엔), 쇼와 공원쯤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출발.



이렇게 생긴 공원.

(아침 때 사진)



구석에다 텐트를 쳤다.

확실히 어제 노숙했던 공원보다 컸고, 앞뒤로 사람 사는 집이 있어 뭔가 심적으로 안심됐다 ㅋㅋ



요것도 담날 아침 사진. 정자 안에 텐트를 설치할까도 고민했지만 너무 민폐일 것 같아 그만뒀다.


오늘 온갖 고생 다 했지만 잘 곳 찾고 텐트 안에 앉아 있으니 참 기분 좋더라 ㅎㅎ


그리고 또 배가 고파져 야식 먹으러 갔다.

어제 공원보다 확실히 좋은게 주위가 주거지니 주변에 마트가 많다.


그래서 20분 걸어 ヒライ 大津室店(히라이 오즈점)에 갔다. 히라이는 어제도 갔던 도시락 판매점이다ㅋ


오랜만에 자전거 없이 걸으니 약간 이상하군...



똵!


느낌있게 텐트로 들고와서 먹었다.



도시락 + 어묵탕



명란젓 맛 감자칩... 오묘한 맛.




밥도 잘 먹었겠다. 

오늘 사진은 여기까지.


정말 미친 하루였다.


진짜 힘든 날 마지막에

침낭에 들어가 눕는 그 기분이란...


이제 노숙이 조금 익숙해져 잘 잤다.

따뜻하게 자는 요령도 얻었고 ㅋㅋ


내일은 구마모토로!

구마모토 성 보러 간다.


오늘의 루트 :

지쿠신료우치 공원>아소산>히고오즈 (66 km)





오늘의 숙소: 昭和園(쇼와엔) 

크고 깨끗한 공원. 노숙하기 좋은 공원이다.